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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을 함께 시작하기는 쉬우나, 올바른 방향을 함께 향하고, 소신을 굳건히 세우며,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원칙을 적용(權)하는 단계에 함께 도달하기는 극히 어렵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맺지만, 끝까지 뜻을 함께하며 깊은 신뢰를 유지하는 관계는 매우 드뭅니다. 또한 조직이나 개인의 삶에서 교과서적인 원칙만 고집하다가 판을 망치거나, 반대로 기준도 없이 유연함만 좇다가 본질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2,500년 전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 29장에서 삶과 배움, 그리고 인연의 깊이를 공학(共學) ➔ 적도(適道) ➔ 립(立) ➔ 권(權)이라는 4가지 차원으로 명쾌하게 정리했습니다.
맹자의 '형수구손(嫂溺援之以手)' 고사,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한 아폴로 13호, 그리고 폭설을 견뎌내는 버드나무의 유연함을 통해 원칙과 임기응변이 조화를 이루는 최고 경지의 지혜를 살펴보겠습니다.
💡 공자가 밝힌 인간관계와 배움의 4단계
공자는 타인과 뜻을 나누고 학문의 기틀을 다지는 과정을 4가지 수준으로 세분화했습니다.
- 가여공학 (可與共學) | 배움을 함께 시작하는 단계
- 단순히 같은 교재를 보고 공부를 시작하거나, 같은 공간에서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가벼운 인연의 출발점입니다.
- 가여적도 (可與適道) | 진리의 방향을 함께 공유하는 단계
-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삶의 궁극적인 목적과 도덕적 방향성(道)을 함께 바라보는 심화된 관계입니다.
- 가여립 (可與立) | 자신만의 주관과 소신을 확립하는 단계
- 세상의 유혹이나 시련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단단한 신념과 입장을 바로 세운 고결한 동반자의 상태입니다.
- 가여권 (可與權) | 상황에 맞춰 최선의 대안을 내는 임기응변의 단계
- 원칙(立)에만 눈이 어둡지 않고, 현실의 복잡함 속에서 일의 경중과 우선순위를 정밀하게 저울질하여 대의를 이루어내는 최고 경지의 원숙한 지혜입니다.
🌿 고전과 현대, 자연에서 배우는 '권도(權道)'의 지혜
1. [고전 일화] 맹자의 '형수구손(嫂溺援之以手)'
유교의 엄격한 상례(원칙)에 따르면 남녀는 직접 물건을 주고받지 않는 '남녀유별'이 원칙입니다. 신중한 제나라 사상가 순경(淳于髡)이 맹자에게 "형수가 물에 빠졌다면 손을 잡아 구해야 합니까?"라며 예법의 허점을 공격했습니다.
맹자는 지체 없이 답했습니다.
"형수가 물에 빠졌는데도 구하지 않는 것은 짐승이다.
남녀가 직접 손을 대지 않는 것은 상례(원칙, 立)이지만, 물에 빠진 형수를 손을 잡아 구하는 것은 권도(임기응변, 權)이다."
기본 예법(立)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되, 생명 구호라는 절대적인 가치 앞에서는 유연하게 저울질(權)을 할 수 있어야 진짜 참된 선비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고사입니다.
2. [현대 일화] 아폴로 13호의 절체절명 위기 극복
1970년, 달로 향하던 아폴로 13호의 산소탱크가 폭발했습니다. 이산화탄소 여과장치가 서로 호환되지 않아 우주비행사들이 질식사할 위험에 처했습니다.
지상 연구소의 엔지니어들은 기존의 정석 규정집이나 매뉴얼(공학·적도·립)에 구애받지 않았습니다. 우주선 내에 있던 양말, 비닐봉지, 테이프, 양식지 등을 조합해 임시 여과장치를 제작하는 기발한 방법(權)을 고안해 냈고, 비행사들은 무사히 생환했습니다. 매뉴얼을 완벽히 숙지한 상태에서만 발휘될 수 있는 과감한 임기응변의 모범 사례입니다.
3. [동식물 생태] 버드나무의 유연함과 자작나무의 부러짐
겨울철 폭설이 내릴 때, 꼿꼿함만 자랑하는 자작나무나 소나무 가지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꺾여버립니다. 그러나 버드나무나 대나무는 눈이 쌓이면 가지를 바닥으로 휘어뜨려 눈을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쏟아냅니다. 무게를 덜어낸 뒤 다시 원상태(立)로 돌아옵니다. 자신을 낮추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혜(權)가 있어야 시련 속에서 생존할 수 있음을 생태계가 증명합니다.
🔍 오늘날 현대인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3가지 시사점
- 원칙(立) 없는 임기응변(權)은 잔꾀에 불과하다
- 단단한 소신과 올바른 기준(立)이 전제되지 않은 임기응변은 처세술이나 기회주의로 변질됩니다. 단단한 중심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 교조주의와 교과서적 사고 탈피하기
- 상황이 급변하고 변수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매뉴얼만 고집하는 유연성 부족이 조직을 위기에 빠뜨립니다. 대의를 위해 일의 경중을 가리는 유연함이 필수적입니다.
- 인연의 깊이를 인정하고 '가여권'의 도반 찾기
- 모든 사람이 나와 뜻을 끝까지 같이할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함께 공부하는 단계(공학)를 지나, 삶의 가치를 공유하고 유연한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참된 동반자를 가려낼 줄 알아야 합니다.
📖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 제29장 원문 및 상세 해설
[원문 (原文)]
子曰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
(자왈 가여공학 미가여적도 가여적도 미가여립 가여립 미가여권)
[현대어 풀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공부할 수는 있어도(可與共學) 함께 진리의 길로 나아갈 수는 없으며(未可與適道),
함께 진리의 길로 나아갈 수는 있어도 함께 주관을 굳건히 세울 수는 없으며(未可與立),
함께 주관을 세울 수는 있어도 함께 임기응변의 지혜를 나눌 수는 없다(未可與權)."
[핵심 키워드 풀이]
- 공학(共學): 배움의 입문 단계. 동문수학하는 가벼운 인연.
- 적도(適道): 진리의 방향으로 나아감. 올바른 가치관과 목적의 공유.
- 립(立): 주관과 신념의 확립. 어떤 유혹이나 난관에도 흔들리지 않는 곧은 상태.
- 권(權): 저울추 권, 즉 저울질하여 무게를 달아보는 권도(權道). 원칙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아내는 최고 경지의 유연한 지혜.
📝 한 줄 요약
"단단한 원칙(立)이라는 중심을 바로 세우되, 현실의 불확실함 앞에서는 버드나무처럼 유연하게 일의 경중을 가릴 줄 아는 임기응변(權)의 지혜가 참된 리더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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